(8) 설교와 성례
한국교회는 설교를 참으로 많이 하는 교회이다. 목사님들은 1년에 300번 내지 400번 설교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말씀의 선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기독교 교회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16세기의 종교개혁은 성례 곧 미사를 중심으로 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말씀을 강조한 교회개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로마 가톨릭교회에는 그 전면 중심에 미사 성찬대가 놓여있다. 강론을 하는 강단은 대부분의 경우 그 옆 높은 기둥에 있다. 상징적으로는 말씀보다 성례 미사에 중점이 놓여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들은 미사 성례가 말씀의 선포라는 뜻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로마 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논쟁은 주로 이 성례에 관한 것이었다. 프로테스탄트교회는 말씀과 성례가 교회의 두 기둥이라고 보는 것이 달랐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미사 중심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성례는 말씀이 주고자 하는 것 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한다. 성례가 부차적인 것으로 들린다. 구원의 확신은 성례에 참여해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한국교회는 어떤가. 한국교회는 미국의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 1876년에 벌써 만주에서 서상륜을 비롯한 몇 사람이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를 만난다. 그리고 예수를 믿고 성경도 일부 쪽복음 형식으로 번역하여 1882년에 출판까지 한다. 따라서 스코틀랜드 신앙이 무의식중에 우리 교회 신앙의 일부 DNA로 굳어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장로교에서는 말씀과 성례가 꼭 같은 의미와 무게를 가지고 있다. 어느 하나가 어느 하나를 보충하거나 양자택일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 말씀에 대한 경건은 그만큼 성례에 대한 경건을 수반한다. 사실 프로테스탄트교회는 설교 중심의 복음주의인 만큼 성례적이라고 말해야 옳다. 성례 중심의 전통과 말씀 중심의 전통을 합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는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가 집례 되는, 그곳에 비로소 선다고 보는 것이 개신교, 즉 프로테스탄트교회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성례를 별로 많이 지키지 아니하는 것이 눈에 띈다. 우리 교회를 잘 들여다보면 강대가 강단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말씀 중심이다. 그런데 성찬대는 그 위치가 교회마다 다르다. 어떤 곳에는 강단 뒤편에 있어서 성경책을 펴 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에는 강대상 아래쪽에 있어서 헌금대 구실을 하거나 광고할 때 쓰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 한국교회에서 성찬대는 그 주소가 뚜렷하지 않다. 그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우리 교회는 성례가 설교만큼 중요한 전통임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성찬 곧, ‘커뮤니온’이 약하기 때문에 교회가 분열해도 별로 큰 잘못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민경배<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