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헌신이 모여 건강한 공동체를 세워갑니다

- 목회와 신학 2016년 11월호

11월은 내년도 교회 봉사자를 세우는 때이다. 목회자들은 내년도 봉사자 임명을 위해 성도들을 권면하느라 바쁘다. 교회 내에서 성도들 간에 기쁨으로 봉사하고 섬기는 문화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신갈장로교회는 성도들 간의 갈등과 오랜 교회 역사 가운데 굳어진 공동체 문화를 극복하고 사랑과 섬김의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다.

공동체의 쓴 뿌리 뽑기

특히 가정 교회 소그룹을 통해 성도를 훈련하고 나눔, 교제, 섬김의 사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모이는 교회(예배와 성도의 교제), 세우는 교회(양육과 훈련), 흩어지는 교회(가정 교회 소그룹 모임)의 비전을 강조하는 신갈장로교회 이광수 담임목사에게 건강한 공동체에 관해 들었다.

80여 년의 역사 중에 교회 분열의 아픔을 겪은 신갈장로교회에 이광수 목사가 부임한 것은 2008년이다. 이 목사는 부임 후 2개월간 ‘비전 미팅’을 했다. 여신도회, 남신도회, 청년회, 교회학교 등 교회 내의 30여 개 그룹을 차례로 만나 교회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소통의 자세로 다가가자 성도들은 교회의 지나온 역사, 교회의 현재 사역, 앞으로의 비전, 교회 아픔의 원인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꺼냈다. 그동안 끊이지 않던 성도들 간의 다툼과 갈등 때문에 차라리 여신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이 목사는 성도들의 위임을 받아 절차에 따라 여신도회를 해산시켰다. 이어 직장 생활로 바쁜 남자 성도들도 자진해서 남신도회의 해산을 요청했다.

80여 년을 이어오던 교회 조직이 해산된 상황에서 이 목사는 새롭게 공동체의 기초를 놓아야 했다. 먼저, 교회에 새로운 비전이 필요했다. 교회에 비전 주시기를 간구하는 전 교인 40일 특별 새벽 기도를 시작하고, ‘개인의 비전, 가정의 비전, 교회의 비전’이라는 문구를 교회에 붙이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게 했다. 또한 ‘비전 위원회’를 조직해 지역에 교회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했고, 제자 훈련과 소그룹 리더 훈련을 시작했다.

새 판에 가정 교회 심기

“기존에 도입됐던 셀 시스템은 남자와 여자를 나눠 남신도회, 여신도회 개념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시스템으로 공동체를 바꾸기 위해 2-3년을 기다릴 수도 없었습니다. 무너진 상태에서 프로그램의 틀에 맞추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이광수 목사는 먼저 새로운 소그룹의 이름을 투표로 결정했다. ‘목장, 셀, 구역, 순, 가정 교회’ 가운데 성도들은 초대교회를 떠올리면서 ‘가정 교회’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이 목사는 기존의 리더들을 모아 1년간 주일예배 후 1시간씩 소그룹의 필요성, 관계 훈련, 리더의 자질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가정 교회 편성은 거주지와 모임 시간을 감안해 성도들이 선택하게 했으며, 새 가족에게 우선권을 줬다. 소그룹은 부부 중심 그룹, 예전의 구역 개념을 갖고 있는 연장자 그룹, 가정에서 혼자 신앙생활을 하는 그룹, 직장인 그룹, 아기 엄마 그룹 등으로 구성됐다. 2009년은 가정 교회 실험 기간으로 3개월마다 평가회를 열어 각 그룹이 잘되는 이유와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공유하게 했다.

신갈장로교회 가정 교회 모임은 ‘말씀 나눔’이다. 교단 공과를 중심으로 하지만 리더가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함께 나눈다. 이어지는 중보기도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나눔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가정교회의 리더인 섬김이는 매년 바뀌는데 지구별로 점검하고 양육 훈련을 하고 있다. 모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은 원인 분석을 해 바꾸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그룹의 수준에 맞춰 교역자나 사모, 리더 등이 찾아가 돕기도 한다.

가정 교회 모임은 통일성을 요구하기보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가도록 한다. 현재 47개 가정 교회가 있는데, 이광수 목사는 모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조직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모임의 수를 강제로 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한을 정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기쁨으로 분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정 교회를 나눌 때에는 기존 그룹에 부리더가 남고, 새로운 그룹에 정 리더를 보내는 방식이다.

신갈장로교회는 주일 오전 예배 이후 오후 예배가 없다. 첫째 주일 오후는 소그룹과 동호회 모임 시간이다. 둘째와 넷째 주일은 한신대학교 박경철 교수와 함께하는 성서 여행 시간이다. 셋째 주일은 지구별로 지역 전도 활동을 한다. 또한 가정 교회 소그룹은 모임으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사역을 하게 한다. 몇 그룹이 연합해 해외 선교지를 돕거나 자체적으로 농촌 교회를 돕기도 한다. 장애인 공동체를 찾아가 봉사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연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구조들을 만들어 섬김 훈련을 하고 있다.

은사에 따라 섬기는 사역 운동

신갈장로교회는 3개월의 제자 훈련을 재직 임명 필수 자격으로 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라도 말씀과 부딪히는 것에 집중한다. “처음에 왜 직분을 안 주느냐고 항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는데, 부임하고 이듬해부터 훈련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임명했습니다. 교육을 받아야 집사로 임명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 대상자 중에 50%밖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기회를 주자 나머지 25%가 참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기회를 줬는데도 참석을 안 한 60명은 그 해에 집사 직분을 받지 못했습니다. 직분에 대해 교회만 오래 다니면 받는 것으로 알고 직분을 통한 섬김의 이해가 잘못돼 있었습니다. 새 가족이 아무리 뛰어난 달란트가 있어도 바로 사역 현장으로 보내지 않습니다. 소명감 없이 사역하면 넘어지고 갈등이 생깁니다. 신앙적으로 훈련된 사람은 관계에서 갈등이 생겨도 이겨냅니다. 준비 없이 섬기려고 하면 출발부터 잡음이 일어납니다.”

지난 10월 말에는 사역 박람회를 열어 교인별로 은사대로 1인 1사역 운동에 동참하게 했다. ‘예배국(예배 안내팀, 중보 기도팀, 에이레네 찬양단, 프뉴마 챔버단, 호산나 찬양대), 선교국(국내 선교 사역팀, 해외 선교 사역팀), 교육부(유치부,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복지문화사역국, 봉사국(주방 사역팀, 경조 사역팀), 재정국(장학 사역팀, 재정 사역팀), 전도국(새 가족 사역팀, 전도 사역팀, 바나바 사역팀, 미디어 사역팀), 관리국(차량 사역팀, 관리 사역팀) 등 교회 내에 어떤 사역 팀들이 있는지 주일 오후에 사역별로 부스를 만들어 대학교 신입생 동아리를 홍보하듯이 모집했다. 당회가 맞지 않는 사역에 억지로 배치하지 않는다. 사역 박람회는 일종의 축제로 교회 내의 섬김과 교회 밖의 섬김에 기쁨으로 참여하게 한다.

신갈장로교회는 2030년 교회 100주년을 앞두고 장기적인 목표로 작년 말에 새롭게 ‘비전위원회’ 결성했다. 올 한 해 동안 ‘대내 사역팀, 대외 사역팀, 재정 사역팀’으로 나눠 교회의 본질에 관한 책을 읽고 스터디하고 팀 사역에 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8년간 달려온 교회를 다시 한 번 평가하고 장기적인 방향을 그려서 11월에 전체 중직자회의를 갖게 된다.

이미 성도들을 대상으로 미래 비전에 대한 설문 조사도 각 분야별로 마쳤다. 총 390명의 성도가 ‘우리 교회 선택 시 기준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상담하는 사람은? 선호하는 예배 형식은? 목사님의 설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우리 교회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에 대한 생각은? 앞으로 보강했으면 하는 양육 훈련은? 지금 하고 있는 사역팀의 활동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교회학교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우리 교회의 앞으로의 우선 중점 사역은?’ 등의 설문 문항에 답했다. 새로운 비전은 중직자 회의를 통해 안건을 다시 점검한 뒤 이광수 목사가 최종적으로 종합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목회자가 끌고 가기보다는 교인들 스스로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공동체의 본질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밖으로 흘러나가는 섬김 활동

신갈장로교회의 섬김은 ‘생명 살림 운동’과 ‘사랑 나눔 운동’으로 교회 안에서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많은 교회 중직자들이 제자 훈련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교회로 감당하기 위해 생명 비전과 사랑 나눔을 강조하고 있다. 이광수 목사는 “제자 훈련은 말씀이 가슴에 부딪히고 섬김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섬김이 연결되지 않는 훈련은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섬김이라는 것은 예수 믿지 않는 사람도 할 수 있지만 신앙고백적 차원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교회의 개념을 그렇게 정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생명 살림 운동은 한 영혼을 구원해 영생의 축복을 나누고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만들어가며,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해 생태계를 살리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가정 교회 소그룹에서부터 이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일회용 컵 사용하지 않기부터 시작해 구체적으로 팀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간다. 사랑 나눔 운동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내가 먼저 누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웃에 전하며 종합복지센터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교회에서 건립한 종합복지센터에 전문팀을 파송해 사랑의 연탄 나눔, 사랑의 빵 만들기, 천연 비누·화장품 만들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푸드뱅크 사업은 지역의 기관들과 MOU를 맺어 결식아동, 독거노인, 저소득 계층에 더 많이 지원하도록 집중한다. 몽골에도 교회와 빵 공장을 만들어 사역팀이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으며 앞으로 북한에 빵 공장을 세우는 것도 비전으로 삼고 있다.